36도로 전국에서 대구다음에 덥던 경주를

여름휴가장소로 잡은 내 선택에 옆지기 입이

백리는 나왔지만, 어쩌랴 덜 떨어진 아이탓인걸...

 

어린 나이에도 두세번 갔던 경주를

이제 잊어버린 듯 하다.

초등학교 5학년에 떠났으니 잊을만 할땐가?

다시 또 머리속에 넣어줘야지. 영원히 잊지말라고...

 

경주 한화콘도에 여장을 풀자마자 불국사로 달려갔다.

20번은 와봤을텐데도 처음오는 것 같은 가슴 떨림이 있다.

뭐 이런저런 것 안본다. 그저 보는게 일정하다. 

석굴암은 잘 안간다. 책으로 본다. 예전에 안에 들어갈 때는 수시로 들락거렸지만

 

이곳에서 전체를 잠시 응시한다.

난 이곳에선 이상하게도 불국사가 가람이란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상하게 가람배치가 정형화된 다른 절집들과는 달라서 그런가 보다.

당간이 있고, 피안과 차안을 가르는 냇가가 있고, 일주문, 금강상, 다음 천왕상, 탑에

있을것은 다 있지만 제각기다. 따로 따로 존재하면서도 제 역할을 하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

 

 

신흥사나 통도사의 사천왕상만은 못해도 제법 예술성이 있어 보였다.

그날, 처음으로 눈에 띄었다. 볼거리 하나 늘었다.

 

 

보면 볼수록 즐겁다. 천년을 본다

 

범영루...내가 접입구에서 오랫동안 머무는 이유다.

말하기 싫다, 아니 글쓰기 싫다.

 

난 어렸을때 이탑이 최고인줄 알았다. 10원짜리 동전에 나와서인지도 모른다.

아니다. 이탑은 돌연변이다. 홀로 아름답지 역사에서 아름다운것은 아니다.

역사에서 아름다울려면 돌연변이는 안된다. 맥이 끊길 수 있으니까...

역사는 계속되어야 한다.

 

 

바로 이탑이다. 이 탑이 최고다.

도데체 당신...당신, 너무 보고 싶었어!!!

진짜 진짜 사랑해... 저 친구 내 이런 호들갑 엄청 무시한다.

하지만 이런 무시 당하면서 난 저 친구를 사랑한다.

일명 석가탑이라고 한다. 다보탑한테 질투 받는 탑이다.

역사다. 말 필요없다.

 

 

석굴암 접어버리고 난 항상 이 감은사지로 향한다.

다행이다. 아직도 그대로 구나. 경주인들 사랑한다.

진짜 사랑한다. 경주문화재연구소 사랑한다. 진짜 사랑한다.

문화재청이 딴소리하면 한판 붙어라.

동탑이다.

 

 

석가탑을 본 후에 꼭 감은사지 석탑을 보러 온다. 석굴암을 보러 간 후에

들렸는데 이젠 석굴암 안간다. 암자정도가 깨불고 있어!!!

내 외국인 친구들한테도 석굴암 안데려갔다. 책으로 보여줬다.

엄청나게 탄복한다. 사정사정해서 석굴암 데려갔더니 무척 실망한다.

직접 보고 싶었나 보다. 이해해라. 누군들 보여주고 싶지 않았겠냐.

 

 

 

절터나 궁터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멋진 곳에 짓는 법이다.

왕이 사는 곳이니 당연하다. 교통이 아주 형편없는 시대에

전국을 돌아다니며 최고의 명산이나 강, 바닷가에 가람을 조성한다.

물론 산지가람이 주이지만...적어도 천년전에 이 감은사지도 그랬을 것이다.

그렇지만 유독 이 감은사지만 유구 그대로다.

다른 절터들은 절을 복원하느라 분주하다. 내가 사랑했던 절터들은 이제

다 없어져 간다. 내가 감은사지를 사랑하는 이유다.

언젠가는 이곳도 감은사로 바뀌겠지만...

 

여기까지 와서 지천에 있는 문무대왕릉을 안가볼 수 없다.

내가 별로 달가워 하지 않는 릉이다.

사적으로까지 지정했지만, 난 소수의 비판론자처럼 이걸 문무왕릉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D대학교의 정모교수가 발굴했고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수중릉이지만,

별로 학문적 뒷받침이 없는 걸로 재야 사학자들은 웃는다.

시대가 문무왕을 받아들였던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그런데 왜 왔냐고?

유일하게 바다를 접할 수 있는 곳이다.

여기까지 와서 동해를 보지 않고 그냥 갈 수는 없다.

회한접시 못하지만 그래도 온다.

혹 이 근방 바닷가에서 만파식적이라도 우뚝 솟을줄 누가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