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 최고의 좋은 입지를 가졌고 최대의 광고 스페이스를 가졌음에도

건물에 프랭카드 나부랑이 하나 붙어 있지 않다. 월드컵때도

아무리 높은 사람이 와도, 국가의 큰 경축할 날이 있어도 변함없다.

회장의 평생뜻인 모양이다. 아주 영원하길 바란다.

그깢 몇 천만원 광고비나 권력의 압력쯤이야...

대신 아주 아름다운 시 등을 한동안 걸어놓는다.

보고 또 보고 또 보아도 질리지 않는 그런 글들이 그 거대한

벽면에 오롯이 걸려 있다.

삶에 지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지나면서, 혹은 반대편 건물안에서

버스를 타고 지나치다가 청량제처럼 이 글들을 보면서 다시

마음을 가다잡는다.

이번에는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다.

시인과 협의를 했는지 제목도 없고 시인의 이름도 없다.

그래서 더욱 이 곳을 사랑하는지 모르겠다.

나시인도 아마 알 것이다. 그의 이름보다 더욱 소중한

이 글들이 얼마나 수많은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 있음을...

난 받침 하나 고칠 필요가 없는 이 시를 눈을 질끈 감고 훼손했다.

나도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옆지기의 생일을 맞아 카드에 쓸 말을 구상하다

이보다 더 좋은 글은 없을 것 같았으나

오해소지가 있고 반말이라 좋은 소리 못 받을까봐.

자세히 보아도 예쁘다.

오래 보아도 사랑스럽다.

당신도 그렇다.

시가 아니라 유행가 수준이 돼버렸네.

괜히 손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