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곰 세마리를 발견했다.

엄마곰 아빠곰 아기곰이 아니었다.

이상하게도 축 늘어진 곰들이었다.

연어한마리 얻어먹지 못해 불쌍한 눈들을 한 곰들이었다.

한마리는 다른 사람한테 뺏겼다.

사이즈  높이 12.5 길이 13 넓이 7.5센티

내가 고물들을 좋아하는 이유가 꽤 많다.

그중 하나는 자원보호다. 옛날 시골에서는 똥하나도 버리지 않았다.

두엄자리에는 쓰레기가 없었다. 기껏 있어봐도 태워서 재를 만들어 밭에다 뿌렸다.

그저 자연에서 나온 것들은 거개 다 자연으로 돌아갔다.

내가 파는 고물들은 앤틱이 아니다. 그저 古物, 옛거다.

내버리지 않고 그냥 가지고 있는 고물일뿐이다.

문화재보존중에 가장 최고의 보존은 땅속에 그대로 두는 것이란다.

발굴하는 것은 어쩔 수 없이 파헤쳐야 할 조건이 있을 경우란다.

도굴될 염려가 없는 경우는 대부분의 문화재는 있는 그대로 묻어둔다.

말이 길어졌다.

우리나라의 다큐제작능력이 선진국을 추월하기 시작했다.

얼마전 아프리카의 눈물이나 북극의 눈물을 아주 감명있게 봤다.

미국에서도, 영국에서도 이 다큐를 방영했다.

바로 내가 산 이두마리의 곰이 이 다큐의 주인공을 많이 닮았다.

먹을 것이 없어 풀을 뜯어먹고, 북극 캠프에 쓰레기를 얻어먹기 위해 내려오는

그런 북극곰이었다.

자본주의의 상징인 코카콜라의 선전에 나오는 기름지고 풍족해 보이는 그런 북극곰이 아니다.

참 눈이 가련해 보인다.

유니클로, 자라, H&M처럼 가볍게 사서 입고 가볍게 내버리고 다시 가볍게 유행에 따라

갈아입는 시대가 계속되면 될수록 저런 슬픈 눈을 가진 곰을 보게 된다.

1970년대 야드로의 디자이너는 북극의 운명을 미리 알고 이 불쌍한 곰들을 만들었을까?

팔아먹긴 글렀다. 아! 복잡한 고물장수!

이거 팔리면 조금 슬플것 같다.

옛날 소팔던 장면을 보던 소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