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슈퍼맨

#Scene 1

 등장인물 : 중년을 넘어 노년에 막 접어드는 부부와

                 혼기에 접어든 딸

 (부인은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서 항상 그렇듯 연속극에 빠져 있고

 딸은 호기심에 유럽에서 보내온 박스속 내용물을 무성의하게 풀어 헤치고 있다.

 딸의 아버지는 풀어 헤친 그릇들을 정리하고 부지런히 포장을 하고 있다.)

 딸 : 어머나! 이것 너므 너므 예쁘다.

       차가워 보이는 것이 딱 내 스탈이다.

 (남편이 딸의 의견에 동조하듯 고개를 끄덕이자, 연속극에 몰입해 있던 부인이

  윗몸을 일으키고 레녹스 솔리테어를 들여다 본다)

 부인 : 뭐가 예뻐!!!! 이런 것 흔한데... 넌 눈높이가 왜 이러냐?

 남편 : 걔가 예쁘다면 예쁜거 아냐?

 딸    : 그래, 아빠 말이 맞아. 내가 쓸건데...

 (머쓱해진 부인은 다시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어 무표정하게 연속극을 보고 있다.)

 딸 : 어머!!! 아빠 이것도 아주 멋진데?

 남편 : 응 레녹스 먼로패턴이야. 이쁘지? 이쁘지? 아빠 잘샀지?

 딸    : 응 아주 예뻐. 나 시집갈때 이걸로 해줘. 응 아빠?

          이거 비싸?

 남편 : 응 비싼 편야. 그럴까? 내가 미리 친구한테 얘기해놓아야지. 풀로 장만해줄께.

 부인 : (다시 상체를 일으키고 돋보기를 꺼내 먼로를 이리저리 살펴보고) 체, 별로구먼. 야! 넌 왜

          그렇게 눈도 없냐!! 넌 내가 헤렌드로 장만해준다니까!! 아니면 로얄코펜하겐 플로라 다니카로

          하든가.

 (남편이 고개를 홱돌리고 부인을 째려보자 부인이 소파에 다시 누워서 모른 척 텔레비를 본다)

 남편 : (딸에게) 넌 갑부엄마 둬서 좋겠다. 난 못사준다. 팔거도 없구먼...

 부인 : (연속극을 보는 척하다 딸에게)뭐...그런게 아니고 네가 돈벌어오면 네돈으로 우리가

          사준다고...

 (남편은 아무말없이 안방으로 들어가버린다)

#Scene 2

 (안방으로 들어온 남편은 컴퓨터를 부킹시키고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노래를 인터넷에서 찾고

  있다. 몇곡 듣다 바로 옆에 픽 쓰러져 잠이 든다. 아마 꿈속에서 슈퍼맨이 됐는지 팔을 위로 쳐들고

  헤엄치듯 방바닥을 기고 있다)

아!!!! 슬픈 영화 한 장면이다.

어제 바로 우리집 씬이다.

이 컵이 바로 이곳 첫장면에 등장한 컵이다.

거의 새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