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 커피셋을 보면서 이 팟의 주인들을 만나고 싶었다.

100년이란 세월을 보내면서 도대체 몇번이나 이 팟을 닦았을까?

아주 궁금하다.

EPNS라면 도금된 실버플레이트다. 물론 은도금의 깊이가 아주

얇긴하지만 난 지금까지 수많은 실버를 접하면서도 팟의 거의 전부가

이렇게 벗겨져 거의 바탕인 블라스 커피팟이 된것을 본것은 처음이다.

먼 옛날 우리 어머니들이 방짜유기를 닦고 또 닦아서 많이 얇아진 것처럼

이 분들도 장식용이 아니라 아주 오랬동안 직접 사용해왔던 것이다.

대부분의 실버플레이트는 오래 사용하지 않으면 내부가 새까맣게 변하는 법인데

별로 변하지 않았다. 내부도 얼마나 닦아댔으면 은도금이 다 벗겨진 상태다.

사진 그대로다.

혹여 은은한 실버제품을 기대했다가는 실망하기 쉽다.

그저 세월을 잔뜩 먹고 머리가 허옇게 변한 우리 할머니가 모시옷을

곱게 차려 입고 한쪽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그런 자태를 생각해보면 좋을 것이다.

색깔이 다 벗겨져도 아름답다는 얘기다. 나처럼 고물장수는 아주 좋아한다.

큰 커피팟은 22센티의 높이

티팟은 14센티의 높이

버너와 두개의 키가 달려있는 아주 큰 팟이 있다.

키는 뭐에 써먹는지는 아직 안해봤다.

그리고 크리머, 슈거볼, 쓰레기를 담는 통.

전형적인 6개의 커피셋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