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분의 제목도 없던  "순간의 꽃"을

박웅현님을 통해 다시 만났다.

마음이 편안해진다.

엄마는 곤히 잠들고

아기 혼자서

밤기차 가는 소리 듣는다.

저쪽 언덕에서

소가 비맞고 서 있다.

이쪽 처마 밑에서

나는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고 있다.

둘은 한참 뒤 서로 눈길을 피하였다.

함박눈이 내립니다.

함박눈이 내립니다.

모두 무죄입니다

어쩌란 말이냐

복사꽃잎

빈집에 하루 내내 날아든다.

밤금 도끼에 쪼개어진 장작

속살에

싸락눈 뿌린다.

서로 낯설다.

노를 젓다가

노를 놓쳐버렸다.

비로서 넓은 물을 돌아다보았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4월 30일

저 서운산 연둣빛 좀 보아라

이런 날

무슨 사랑이겠는가

무슨 미움이겠는가

봄바람에

이 골짝

저 골짝

난리 났네

제정신 못 차리겠네

아유 꽃년 꽃놈들!

옷깃 여며라

광주 이천 불구덩이 가마 속

그릇 하나 익어간다.

뭐니 뭐니 해도

호수는

누구와 헤어진 뒤

거기 있더라

어린 토끼 주둥이 봐

개꼬리 봐

이런 세상에 내가 살고 있다니

죽은 나뭇가지에 매달린

천 개의 물방울

비가 괜히 온 게 아니었다

소쩍새가 온몸으로 우는 동안

별들도 온몸으로 빛나고 있다.

이런 세상에 내가 버젓이 누워 잠을 청한다.

답답할 때가 있다.

이 세상밖에 없는가

기껏해야

저 세상밖에 없는가

급한 물에 떠내려가다가

닿은 곳에서

싹 튀우는 땅버들 씨앗

이렇게 시작해보거라

무욕(無慾)만한 탐욕(貪慾)없습니다.

그것 말고

강호 제군의

고만고만한 욕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