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가 키우던 다육이를 잔뜩 보내줬다.

이 다육이들은 참 생명력이 길다.

물도 한달에 두어번밖에 안주는 데도 아주 잘자란다.

우리 고객들중에도 다육이 마니아들이 꽤 많은 모양이다.

내친구는 다육이를 보내준다기에

어떻게? 화분은? 배송방법은?

다 필요없다. 그저 곁가지로 난 다육이를 싹둑잘라

종이에 둘둘말아 상자에 넣어서 택배로 보내면 끝이다.

 

참 편한 놈이었다. 한그루를 선물받아

난은 다 죽이고 겨우 이거 하나 남겼는데도

끈질기게 번식을 하고 생명을 이어나간다.

이 다육이도 엄청난 가격에 팔리는 것도 있다 한다.

다육이 공부까지는 하지 않을 생각이다.

대신 다육이는 계속 키울 작정이다.

 

가끔 미안할 정도로 구매를 많이 하는 고객이 있는데

난 별도로 선물을 잘 하지 않는다.

큰 이익을 남기지도 않은 상태에서 선물까지 준다는게 좀 이상하다.

그럴바에는 메인 구매물품을 더 깎아주는게 낫지

그렇지만 그런분들한테는 어떻게든 보답을 하고 싶을때 이 다육이가

생각났다.

 

어느 정도 쓸만하게 대미지 입은 도자기들은 가급적 리페어해서 고객한테 판매를

해서 생명을 유지하게 하고 그것도 안될것 같은 도자기들은 아래에서처럼 다육이를

키우는 화분역할을 하면 된다. 한달에 물을 두번 밖에 주지 않다보니 구멍이 뚫리지 않아도 된다.

다육이 화분조차 자격이 없는 고물도자기 파편들은

나중 앤틱 갤러리꾸밀때 세멘트위에 파편을 장식으로 깔 생각이다.

아, 이건 웨지우드 깨진거구나. 이건 앤슬리 친즈가 작살났구나

워매, 이양반봐! 마이센 쯔비벨무스터도 깨 잡쉈네? 아이구 아까버라.

우리 갤러리를 오시는 분들은 보나마나 앤틱에 조예가 있는 분들이니 재미있을 듯하다.

 

난 이렇게 사연이 있는 대미지도자기를 이용해 선물을 드리거나

깨진 것이 다 떨어지면 이 다육이를 싹둑잘라 그냥 신문지에 둘둘 말아 분양을 할 생각이다.

 

이것들 이름은 모른다. 알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저 깨진 1870년경 KPM 도자기에 담겼다는 것이고

하나는....잊어먹었다.

 

재스퍼웨어에 담긴 이 다육이도 큰소리 칠만하다.

재스퍼웨어 깨진게 많아 활용도가 높다.

깨지기도 잘 깨지고...

 

요것은 내가 키우던 것들이다

얼마나 잘 자라는지...

본래는 멋진 웨지우드 터콰이즈 플로렌틴에 담은 것인데

흙을 덮으니 아무런 멋대가리도 없다.

그냥 하얀 컵에 담긴것 같아 일부러 흙을 치웠다.

세상사도 마찬가지일것 같다. 화려하고 모든 것 다가졌다해도

이름하나 내세울것 없다.

 

이건 영화를 다 누린 마이센 블루오니언이다.

이젠 멋진 다육이를 품어서 다시 생명을 이어간다.

 

 

이건 앤슬리에 파라곤 데미테스 잔이다.

다육이나 잔이나 무척 귀엽다.

저게 언제 분양을 하게 만들어?

 

깨진 데오도르 하빌랜드 그레비보트를 이용해 다육이 몇주를 심어놨다.

옆지기가 아주 멋있다고 날 칭찬해준다.

칭찬받아본지가 20년만인것 같다.

내가 맨날 구박하니 열받아서 칭찬할 필요를 못느끼는가 보다.

 

전체를 모아봤다. 나름대로 특색을 가지고 멋진 자태를 뽐내고 있다.

괜찮나? 내아이디어 쓸만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