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가족과 서천연수원에 다녀왔다. 갈만한 곳을 안내하다.

동백정 앞 동백나무들이 이 땡볕에도 꽃망울을 달고 있음을 신기해 할 즈음

춘희라는 분이 환갑이 다 되어감에도 불구하고  이름을 바꾸겠다는

문자가 왔다.

십여년도 더 넘는 글 하나가 떠올랐다.

그 글을 조금 수정해서 올린다.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바람불어 설운 날에 말이예요.

 동백꽃을 보신 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후두둑 지는 그 꽃 말이예요.”

동백꽃, 한문으로 椿. 나무 목에 봄 춘. 봄에 피는 나무.

동백기름으로 머리 곱게 빗은 아가씨. 동백아가씨, 춘희; 椿姬.

베르디 오페라의 라트라비아타.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

내가슴 도려내는 아픔에 겨워

얼마나 울었던가. 동백아가씨.

그리움에 지쳐서 울다가 지쳐서

꽃잎이 빨갛게 멍이 들었소.

붉은 꽃잎과 노란 수술, 그리고 샛파란 잎새가 슬프게도 절묘하게

어울리는 꽃.

멀쩡한 꽃이 우수수, 꽃잎하나 상하지 않은 붉은 꽃 덩어리가 되어

그대로 툭툭.

새가 씨들을 옮기는 유일한 나무, 조매화라고 하던가?

라트라비아타, 춘희가 일본이 무대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사실.

꼭 우수수 떨어져 피빛처럼 바닥을 물들이는 것에서 일본 무사정신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일본과 제주도에서는 동백꽃을 불길한 꽃으로 여긴다. 꽃이 떨어지는

것이 꼭 사형을 집행하는 것 같다는 의미라서 그렇다나...일본에서는

싱싱하던 꽃이 갑자기 떨어지는 모습에서 불길한 일을 椿事라 했단다.

주인공 비올레타가 흰동백을 25일 달고 붉은 동백을 5일간 달았다던가

하여간 비운은 비운였었지.

이미자의 동백아가씨가 왜색이라고, 곡만 왜색이라고 알려졌는지 모르지만

내가 보기엔 모든게 왜색이다. 단지 정서만큼은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