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오는 했지만 후배한테 밀리는 기분은 썩 그렇다.

저 두손에 떡들은 놀부처럼 욕심을 갖는 내자신도 웃기지만...

 

100미터만 더 가면 알량한 재벌 가게가 있지만 골목상권

지원하기 위해  카스 큰 캔을 구멍가게에서 샀다.

알고 보니 겨우 백오십원차이였다.

 

하지만 역시 달랐다. 그냥 들고 나갈려는 나를 잡더니

검은 봉투하나를 내밀었다.

[젊잖은 분같아 보이는데 맥주캔 그냥 들고 다닐 수 없잖아요]

아, 그런가?

 

이젠 이 나라도 이렇게 되나 보다.

술을 길에서 마시면 구속당하고

그냥 남들이 볼 수 있도록 봉투속에 넣지 않으면

잡혀 가는 그런 사회속으로 들어가나 보다.

 

술에 유달리 너그러웠던 시대가 이젠 가버렸대지?

주폭 잡는다 하니 서울역이 엄청 깨끗해졌다.

바닷가에서 여행기분내느라 술처먹다가는 또 주폭이다.

경포대 바닷가 깨끗해졌단다.

 

이젠 가정에서 골목에서 주폭은 설 자리가 없다.

주폭이 설자리 없으면 술먹고 주정부리는 사람들도 다 주폭이 돼버린다.

술먹고 자지 말고 술먹고 울지 말고 술먹고 투정부리지 말고...

 

나도 주폭이다.

진짜 힘이 들어 술한잔 하고 술 힘 빌려 친구들고

싸우기도 하고...

내 옆지기한테 화풀이도 하고.

내 아이들한테 큰소리 한번 쳐보기도 하고...

 

이젠 글만 써야겠다.

이상하게 술한잔 하면 그렇게 글이 술술 잘나온다.

아침에 일어나서 다시 쳐다봐도 별로 지우고 싶지 않다.

 

아니다.

난 곧 술에 대한 사회의 공격에 대해 손을 들 생각이다.

대들지 말고 걍 사회가 하라는 대로 하자.

 

담배가 그랬다.

집에서도 사무실에서도 거리낌없이 피던 담배가 

한순간에 공적이 되어 무지렁이 소리 듣고 싶지 않아 

그 좋아하던 담배를 손에서 놔버렸다.

내아이들도 내 옆지기도 내 냄새가 담배냄새였다는데...

나도 내아버지의 냄새는 담배냄새였다.

 

이젠 나도 차마시자, 커피마시자...

모를 일이다. 기껏 차마시면 차가, 커피마시면 커피가,

또 공적이 될지 어찌 아냐.

정들이지 말자. 

 

하여간 세상은 변하는데 난 안변한다.

참 힘든 하루다.

오늘 아무한테도 전화가 안왔다

당연히 내 입장을 이해한다는 신호일거다.

그런데 한 개의 전화번호가 떴다.

그번호는 발신자 번호가 없었다. 하지만 받지 못했다.

누구의 전화였든 오늘 같이 술한잔 하고 싶은 날이었다.

 

주폭으로 오해를 받든 말든

꺽꺽 소리도 좀 지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