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생활도자기와 전시용도자기의 구별이 작은 관심을 끈다.

살림할 때 쓰는 도자기와 캐비넷에 쟁여놓고 구경만 하는 도자기의 구별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도자기는 생활하는 도구지 폼나게 쟁여놓고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하는 사람과

 ‘생활하다 보면 다 부서지고 마니 생활하는 도자기 따로, 감상할 수 있는 도자기는 따로 있다‘라는 사람들이 그 주연이다.

여기서 가장 좋은 해결 방법은, 그리고 대부분의 결론이 항상 그러하듯 '당신도 맞고 당신도 맞습니다'이다.

하지만 좀 더 나가보기로 하자

여기서  애당초 용도가 지정이 되어 있는 것은 문제가 없다.

화병이나 자나 단지 등은 그 자리 있을 곳에 가 있다. 왠만한 도자기들이 이 범주에 속한다. 문제는 플레이트들이다.

유럽 등 외국의 다이닝룸에서 캐비넷을 수시로 구경한다. 장식장이다. 그 안에는 아주 그럴듯한 그릇들이 많이 있다.

꼭 근사한 장식장이 아니어도 좋다. 간단한 찬장 비슷한 곳에도 각종 그릇들이 그득하다. 물론 보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중 쓸만한 것들은 유리로 된 캐비넷에 전시를 한다. 물론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다.

아님 스스로 비싼 그릇들에 대한 자기만족을 위해서 그곳에 저장해둔다.

부엌에는 물론 막 쓰는 생활자기 들도 있다. 근대 유럽의 문화로 자리 잡은 풍속이다.

귀족들은 수시로 사용을 하면서 깨지면 다시 사서 사용한다.

문제는 근대시민사회로 들어가면서 도자기의 대중화가 이루어진 시점이다.

쉽게 깨지는 탓에 막 쓰기에는 아까워 저렇게 진열을 해놓는 것이다.

중국에서 자기가 들어왔을 때 좀 비싸야지. 수납을 해두는 이유는 단지 그 이유다.

그러다가 아주 귀한 손님이 오면 1년에 한두 번 사용한다.  

동양에서는 어땠을까? 동양의 도자기 역사는 길다. 오랫동안 도자기를 제작해왔기때문에 항상 사용을 염두에 둔다.

계급이나 부에 따라 사용종류가 달라진다. 귀족들은 귀족들대로 청자나 백자 등 자기를 사용하고 서민들은 대신 싼 도기나 토기들을 사용한다. 선택의 여지가 있는 것이다. 우리 서민들이 사용하던 다완이 일본에서는 최고가의 도자기로 등극하였으니,

꼭 도자기의 질로만 따질 일이 아닌 경우도 있긴 있다.

난 광주요에서 산 그릇들이 얼마나 비싸고 좋은지 안다.

그것들을 제작하는 신들린 듯한 우리의 조상의 후예들도 잘 안다.

그러나 죽어도 그 그릇들은 생활하는데 쓸 수가 없었다.

너무나 아깝고 비싸서. 그 그릇을 감상하는 자체만으로도 그 안에 음식을

담아 먹으며 느끼는 만족감을 느끼기 때문에 기능이 무엇인지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물론 그릇이 제 기능을 해야지 기능을 잃으면 그것은 그릇이 아니다.

결론적으로, 그릇은 그 기능대로 사용해야 맞을 것 같다.

하지만 그릇이 깨져 다시 살 여유가 별로 없다면 난 유럽문화대로 장식장에 모셔두고

아주 귀한 손님들을 대접할때 사용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막사발을 사용할 것 같다.

해답이 된건지? 아님 또 양비론인지. 이럴 때 제일 겁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들 저런 들 어때? 내 멋이지’라는 사람들이다. 그게 정답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