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와 귀뚜라미>

이쪽 저쪽 매미와 귀뚜라미 얘기네
우릴 혹사시켰던 성하에 대한 원망이 하늘에 뻣쳤나 보네.

가만 있어도 어느 새
내곁에 와있네

7월말경 생일선물을 받았네. 집에 가서 끌러보니 가을 바지와 남방이네
이제 더위가 시작이라던데...백화점도 참 성급하다는 생각을 했네

매미 때문이 아닌가 싶네. 겨우 7일을 살아야만 하니 다급하기도 했겠네
7일밖에 못산다고 투덜거렸다 하루살이 범 무서운줄 모른다고 하루살이가
뭐라 할까 두려워 그저 죙일 악만 써대네

이제 그매미가 떠난다 하네. 떠나는 거야 미련이 많은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네
너무 매몰차다는 생각도 하긴 했네
억지로 떠밀려서 떠나는 느낌이 드는 모양이네.

우는 소리가 더욱 악에 받혀 있네
아니라네. 그렇게 말한다면 매미가 섭섭타 하네

자신처럼 7년을 기다려야 할 자식을 갖어야 한다네.

차마 7일을 살 자식들이 안타까워 정관수술이라도 해버릴까

했지만 조물주의 뜻을 거스리기가 그렇다네

그렇다고 그렇게 저렇게 어리버리 짝을 짓고 싶지는 않다네
그래도 쓸만하고 배운 집 여인을 부르고 싶다하네
멋진 화성을 뽑았던 조상들 흉내내보았지만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네
폼잡고 소리질러봤자 들리지도 않는다 하네

시골 당산나무 밑 평상에서 촌로들이
살풋 낮잠이 들면서 잠결에 자장가처럼 들어주던 때가 그립다 하네

실실 가닥이 풀린 매미채를 가지고 나무에 붙어 있는

매미 주위를 빙글빙글 돌던
아이들이 그립다 하네

그저 자식을 갖기위한 몸부림이라네. 도시의 매미들은 악이 받쳐 있다네
너무 시끄러워 사무실 창문을 열어놓지 못할 정도라네
인간들이 겨우 7일 살겠다고 7년을 기다려온 매미들에게

짝짓는 것조차 허락하지를 않는다네

자동차소리들, 확성기 소리, 공사장소리... 인간들이 만들어 내는

이 모든 소음들이 사랑하고 싶은 암컷에게 접근하는 것을 방해한다 하네
그러면서도 인간들은 시끄럽다고 귀를 막아버린다네

참 어이가 없다하네. 살기 위해서도 아니고 자식을 갖기 위해서,

대를 끊기지 않기 위해서 목메어 암컷을 부르는 그들에게 사람들은

눈살을 찌뿌린다하네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으며 신에게 반기를 드는 인간들이
신을 부르다 부르다 지쳐서, 영원히 그들이 우리 곁을 떠날지도 모르는
그들을 향해 삿대질을 한다 하네

올해는 유달리 매미가 많네. 시끄럽기야 하지만 내탓이니,

그저 짝이나 잘만나
먼 훗날에 그럴듯한 자식들이나마 다시 봤으면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