쫑아와 맹맹이에게
어이, 들!
곧 서늘해지겠지?
덜 짜증나겠지?
맨날 상투적인 안부글만 보내니 따분하지?
좀 바꿔볼께...
아빠가 너희들이 좋아하던 강호동이 한테 다시 관심갖게 된 계기는
한국일보 유병률기자가 쓴 '딜리셔스 샌드위치'라는 책을 읽고서 였어.
사실 다른 사람들과 같이 아빠도 그에 대해 궁금하고 신기한 적이 많았지.
톡톡 튀는 재치와 센스 등이 운동선수(다는 아니지만), 그것도 둔하게 생긴 씨름선수로부터
나올 수 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아서 였어. '저러다 말겠지. 얼마가서 밑천 떨어지겠지. 운동하느라
언제 책이라도 한권 제대로 읽었겠어?' 솔직히 이렇게 생각을 했다는 것은 들도 알지?
왠걸?
10여년 넘게 인기를 유지하더니만 급기야 2007년말 SBS연예대상을 거머쥐었어.
저 능력은 도데체 어디서 나올꼬?
다른 방송국에서도 강호동같은 친구 하나 건질려고 짝퉁을 써봤지만 다들 나가 떨어지고 말았다는.
너희들도 알지? 쫑아 어렸을때 별명이 그 짝퉁이었지 크크크
유기자는 그에 대해 이렇게 말하더라.
강호동씨는 자신의 성공비결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배운 것 없이 방송에 뛰어들었습니다. 못 배워 좋은 점은 ‘똥고집’이 없다는
것이죠. 백지를 내보이고 ‘알아서 잘 칠해주십시오’라고. 저 자신을 완전히 맡겨버렸습니다.“
강호동씨의 이런 저런 발언을 보면서, 참 철학이 있다, 마인드가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머리 좋다는 칭찬 자자한 그가 정말‘ 백지’처럼 흡수해 소화하고 자기 식으로 변형한다는 말 아니겠습니까? 유연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른 개그맨에게서는 볼 수 없는, 새로운 웃음이 나옵니다. 문화적 마인드는 바로 이렇게 ‘똥고집’을 없애는 것입니다.
물론 아빠도 그에 동의하지
구태여 너희들하고 여행을 다니고 고스톱을 치고 공연을 가고
하며 문화적 마인드를 키우도록 아빠의 눈높이를 낮춘 이유는 너희들이 그처럼 유연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지.
보통의 어른들이 가지고 있는 똥고집에 점차 물들어가는 듯한 아빠가 두려워서 더욱 유연해진척 한거지.
그렇게 유연하고 통통 튀기는 강호동이 글은 잘 썼을까?
유기자 얘기 들어보자구.
강호동이 글을 썼다면 얼마나 잘 썼을까 생각해봅니다.
뒤집고 꼬집고 비틀고 배배 꼬는 탄력적 마인드와 그 탄력적 마인드의 압축적
개그 때문입니다. 애석하게도 그가 보여준 글은 딱 한편입니다. 바로 그의 청첩장이지요
“10대 때 샅바, 20대 때 마이크. 30대 이제 한여자의 손을 잡고 사랑의 맹세를 하려
합니다. 사랑의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강호동 장가갑니다. “ 이보다 더 압축적으로 그의 결혼을 알릴 수 있는 글이 어디 있을까 싶습니다.
어때 강호동이 답지?
유기자가 또 내 맘에 꼭 드는 말을 하더라.
우리가 수없이 쌓은 문화마인드는 당장 나타나지 않느대나.
우리 미래의 밑천이래. 컬쳐노믹스 알지?
문화와 경제학의 합성어야.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라고 그러잖아. 석학들이.
우리가 쌓은 문화마인드도 나중에 꽃을 필거야. 그러니 멈추지말고
문화를 몸에 밸 수 있도록 지평을 넓혀.
이말도 의미심장하지?
